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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문자해득 교육 이성복 강사님(초급반) 체험수기

작성일 : 2021.12.01  |  조회수 : 4216


 초등교육에 40여 년 정진한 후 경기도 이천에서 교장으로 퇴임한 후 나의 갈 길을 찾아보는 몇 년의 기간을 거쳐 어느 날 야학을 찾았다. 성남시에 있는 청솔 야학에서 만난 중년의 초졸 검정고시를 목표로 한 그분들을 만났을 때 작은 충격을 느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의 눈빛은 학교 현장에서 느낀 것과 너무 달랐다. 수업에 대한 작은 이야기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과 쉬는 시간에도 한 가지라도 더 알고자 책을 들고 나오는 모습에서 내가 몸담았던 학교의 어린이와는 다른 열정을 느꼈고 매일이 짜릿한 기대를 지닌 채 야학을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세 군데의 야학을 일주일 내내 순회하며 겪었던 경험은 학교에서의 어린이들과의 만남과 다른 색다른 것이었다. 그 후 하남에서 한글을 향한 학습에 목마른 분들을 만난 것이 두 번째 또 다른 만남이었다.

 그분들은 야학에서의 학구열에 가득한 얼굴과는 또 다른 것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였다. 소위 한글을 익히지 못 한 분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소망의 나무 첫째 책을 펼칠 때 야학에서와는 또 다른 흥분을 느꼈다. 그래 이 분들이다. 이 분들이 나의 평생 반려자요 나의 지향하는 학구열을 채워줄 분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날의 배운 내용을 받아쓰기하며 조금은 서툴더라도 날마다 새로운 낱말과 문장을 같이 공부해 가며, 어떻게 하면 이 분들의 글에 대한 욕구를 채워 드리고 새로운 글을 배우는 충만한 마음을 갖게 할 것인지 매일 생각하며 다름 만남을 위한 학습 준비를 해본다.

 물론 이곳저곳 다른 일로 일주일이 바쁘고 다른 학습자를 위한 준비로 마음은 바쁘지만 복지관에서의 두 시간의 학습을 위한 준비를 게을리해 본 적이 없다.

 지난번 학습자 편지 공모에서 우리반에서는 여섯 분이나 편지를 보냈는데 복지관 복도에 수강생들의 편지글이 커다랗게 전시된 것을 보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쓰는 글씨를 보며 강의를 다니는 학교의 1학년 어린이보다 예쁜 글씨라며 칭찬해 드렸다. 사실이 그랬다. 학교 어린이들보다 더 정성 들여 글을 쓰신다.

 문해 교사들 중에 아는 분을 만날 때마다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에 대한 자랑도 은근히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며 어 떤 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우리 어르신들의 한글 실력이 그쪽보다 좋다는 이야기이거나 나의 강의를 금방 알아들으시고 벌써 교재 세 번째 책을 다루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지극히 작은 일도 슬며시 던져보며 웃어 본다.

 단지 함께 공부하던 분 중에 한 분이 지난 여름 방학 전부터 결석을 하게 되어 마음이 안 좋다. 침대에서 넘어지신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거의 한 달이 넘도록 못 나오시더니 개학 날 지팡이를 짚고서 등교하셔서 너무 반가웠는데 다시 못 나오신다. 그날 걸으신 게 다시 도지 신게다. 연세가 칠팔십이 다 넘으신 분들이라 건강이 항상 걱정이다.

 그래도 이제 1학기를 지내고 2학기 중반을 지나는 이제 공부시간에도 농담을 주고받고 공부 후에 슬며시 놓고 가는 고구마 봉지 또는 고추 봉지가 그렇게 정겨울 수 없다. 어디서 이런 호사를 부려볼 수 있 올까 생각이 든다.

 학교 현장에서 느껴본 적 없는 정겨움이 나의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요즈음이다. 나이로는 나보다 누님들이고 어머니뻘 되는 분도 있지만 언제나 공손히 인사하며 수고하셨어요 하는 인사말이 우리네 이웃 어머니 같고 정다운 누님 같기만 하다.

 아참 우리 복지관 교실에 총각이 한 분 새로 오셨다. 60이 넘었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총각이다. 누님들 틈에 섞여 든든한 모습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청일점으로 교실 분위기가 생동감이 돈다. 이제 이곳 하남 시종합사회복지관의 한글 교실은 우리들의 안방이고 우리들의 삶의 쉼터이다.

 모두가 육십을 넘긴 비슷한 연배들의 모임이 아닌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한마음으로 생활을 얘기하고 주변의 일을 얘기하며 즐거움과 어려움을 같이 하며 살아가는 배움의 터 가 될 것이다. 우리의 배움의 터에서 일주일에 세 번이나 만나 한글을 익히고 생활에서의 고락을 함께 하며 언제나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작은 공동체가 되기를 고대해 보며 오늘도 인사를 나눈다.

 “선샹님께 경례 – 안녕하셨어요? 건강하시죠? 어디 사람 많은데 가지 마셔요. 식사 잘하시고 다음주에 만나요~”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매화반 교실에서